한국학중앙연구원, ‘일제침략기 한국 관련 사진·그림엽서 DB’구축, 6,763점 공개
꽃 그림 배경 위에 금산사의 미륵과 내장산 거봉의 사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호남선(湖南線)의 김제-정읍 간의 철도개통을 기념해 발행한 엽서다. 정확히 몇 매 세트의 엽서인지는 불명이나, 같은 세트 엽서 2매 중의 1매이며, 꽃 그림 배경 위에 금산사의 미륵불상과 내장산 거봉의 사진을 삽입하고 있지만 발행일이 미상이다.
금산사(金山寺)는 현재 김제시에 있으며, 사진에 보이는 미륵불상이 안치된 미륵전은 국보 제62호로 지정되어 있다. 내장산은 정읍에 있으며, 신선봉의 높이는 763m이고, 북쪽에서부터 월령봉,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까치봉, 연자봉, 장군봉의 9봉이 말굽형으로 분포하고 있는데, 호남 5대 명산 중의 하나이다. 가을철 단풍이 아름다워 조선 8경의 하나로 꼽혔다.
또다른‘금산사’는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호남선의 김제-정읍 간의 철도개통을 기념해 발행한 엽서다. 정확히 몇 매 세트의 엽서인지는 불명이나, 같은 세트 엽서 2매 중의 1매이며, 금산사(金山寺)의 전경 사진을 엠보싱 처리해 삽입하고 있다. 금산사는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제17교구의 본사로 ‘금산사사적(金山寺事蹟)’에 의하면 600년에 창건됐다고 전한다. 이 역시 발행일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일제침략기 한국 관련 사진·그림엽서 DB’를 구축하여 가장 희귀하고 학술적 가치가 높은 엽서 6,763점을 연구자 및 국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공개하는 6,000 여점의 일제침략기 한국 관련 사진·그림엽서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에서 동아대학교 신동규 교수 연구팀에게 3년간 연구비를 지원, 그 결과를 ‘한국학진흥사업 성과포털’ 에 공개하고 있다.
이 DB에는 그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대한제국기와 한일병탄 전후기의 귀중 엽서들을 포함해 새로 발견한 엽서들이 다량 포함되어 있다.
전북 관련 자료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군산 자혜 의원’은 군산 시라이문구점(白井文具店)이 발행한 군산 그림엽서 시리즈 10매 중 1매이다. 이 엽서는 군산 자혜의원(慈惠醫院)을 찍은 사진이다. 자혜의원은 1921년 10월에 신설된 관립 병원으로 건물은 1922년에 완공됐다. 1925년 조선도립의원관제에 의해 전라북도립 군산의원으로 개편됐다. 따라서 이 엽서의 발행 시기를 1921년에서 1925년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철도호남연선(미륵불)’은 봉투 제목에 ‘조선철도의 풍경 엽서’로 돼 있다.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발행한 12매 세트 엽서 'Chosen Railways' 가운데 한 장으로 엽서 좌측에는 미륵신앙(彌勒信仰)의 메카인 금산사(金山寺)의 미륵 사진이, 우측에는 관촉사의 은진미륵 사진이 배치되어 있다. 금산사 미륵은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모악산(母岳山) 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관촉사 미륵은 충남 논산시 은진면에 위치하며 고려 때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삼았던 만큼 은진의 미륵불은 국가의 보호 아래 조성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높이가 18. 2m에 이르고 둘레 또한 9m가 넘는, 당시로서는 거대 석불이라는 점에서도 이와 같은 추정이 가능하다. 엽서 뒷면 하단에는 ‘동경인쇄주식회사인행(東京印刷株式會社印行)’이라 기재되어 있어 도쿄(東京)에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군산은 강화도조약(1876년) 이후 부산, 인천, 목포 등에 이어 1899년에 개항된 항구도시이다. 일제강점기 군산은 비옥한 호남평야의 곡창지대에서 생산된 조선의 쌀을 헐값에 구매하여 일본으로 수출하는 조선 최대의 미곡 수출항이었다. 일제는 이를 위해 1912년 호남선 철도의 지선인 군산선을 부설하는 등 치밀한 계획하에 조선의 쌀을 수탈, 본국으로 수출하였고 이를 통해 자국의 쌀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일제는 해마다 200만석 이상의 쌀을 일본으로 반출했는데 군산은 이를 중심으로 일본 상공인들의 경제적 중심지로 성장하게 됐다.
‘군산항 부두와 목포의 송도공원’은 군산항 부두에 쌓인 쌀과 와 목포의 송도공원의 유람객을 인쇄한 엽서로 발행일 미상이다. 다이쇼사진공예소가 발행한 조선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32매 세트 관광엽서이다. 목포항과 목포 송도공원을 흑백으로 촬영한 사진그림엽서다. 목포항은 1897년 10월에 개항하여 개항 120주년이 지난 유서 깊은 항구이다. 엽서 뒷면에는 우표를 첨부하는 곳에 다이쇼사진공예소의 트레이드 마크가 찍혀 있다.
‘쌀(군산항)’은 조선총독부에서 발행한 10매 세트 엽서 가운데 하나이다.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제목을 米(群山港)라고 붙일 정도로 군산항은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는 데 있어 주요한 항구로 기능했다. 엽서 하단의 설명에 따르면 조선 물산 가운데 쌀은 연 약 천오백만석 정도가 생산되는데 그 중 삼백만석이 내지로 반출되며 군산항은 그 주요한 수출항이라 한다. 일본으로 반출되기 전의 쌀 가마니가 군산항을 가득 메우고 있는 풍경이 엽서 전면에 담겨 있다.
또다른 엽서 ‘쌀(군산항)’은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군산항을 통해서 수탈되는 쌀을 소개한 사진그림엽서. 앞면에는 군산항에 집적된 쌀을 흑백으로 촬영한 사진이 있다.
이 엽서들은 일본제국주의가 왜곡된 선전과 홍보로 일본인과 조선인들에게 굴절된 한국관을 이식시켰고, 나아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합리화시켰음을 알 수 있는 뼈아픈 역사적 사료들이다.
이 엽서들에는 전쟁과 군대, 통감부와 조선총독부에 의해 제작된 제국주의의 프로파간다 등도 표현되어 있는데, 일제침략기의 사회·문화·역사에 대한 실증적인 복원 및 학술적인 기여도가 높은 자료로 평가받는다.
해당 자료들은 한국에 대한 역사·문화적인 연구가 왜곡된 한국관에서 출발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시각화된 자료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술적 의미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더욱 강화되고 극우화되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반론의 증거로서 활용이 가능하다. 일제침략기의 사진·그림엽서는 근대 한국사의 객관적 정립과 일제침략기라는 시대상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제1급 사료로서의 가치가 크다.
안병우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세상에 드러나길 기다리는 연구 자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학계 및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보다 실증적이고 활용성이 큰 연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사진·그림엽서는‘한국학진흥사업 성과포털 누리집(http://waks.aks.ac.kr) 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기사 작성: 이종근 - 2021년 07월 21일 14시37분